강유원의 책 『인문 고전 강의』는 오래된 지식 속에서 새로운 지혜를 찾는 방법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책이어서 고전 읽기의 충실한 안내서 역할을 해준다. 또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발달과 피폐함 그리고 그 해법까지 제시하는 고전을 소개하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독자

박명훈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강유원 논어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하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아니하면 또한 군자가 아니랴.
황동미 공자가 배우고 때로 익힌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지요?
강유원 저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그 공부가 모자라다 여겨 대학원에 다니면서 10여 년을 더 공부했습니다. 선생님에게서 철학 고전 읽는 법을 배웠는데, 그 방법이란 게 별다르지 않아요. 이제 입문 30년인데, 날마다 읽고 그 뜻을 새겨보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하는 것뿐이었어요. 그렇게 하면서도 제가 뭔가를 모르고 있다는 자각이 들 때면 그것은 제가 배움을 게을리 한 탓이며, 배웠어도 부지런히 익히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했어요. 배우고 익히는 것에는 완성이 없어요. 한국사회가 급속도로 바뀌어서 진득하게 10년을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공부가 더 힘들었어요.
황동미 남이 알아주느냐 마느냐는 문제는 끼어들 여지가 없겠네요.
강유원 그렇지요. 그저 해놓고 역사에 맡겨야 해요. 공자는 중국인 중에서도 특이한 존재입니다. 한국인이 못 참는 것이 몇 개 있어요. 남이 무시하는 것을 못 참고, 남이 알아주지 않는 것을 못 참아요. 그러나 남이 알아준다는 느낌은 ‘스쳐도 죽는 독약’입니다. 그냥 버려야 해요. 공자가 말한 대로 남이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 아닌가요?
황동미 고전을 공부하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강유원 고전을 읽으면 멋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 말이 무시할 수 없는 고전 공부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읽고 깨우친 바를 익히고, 읽은 고전의 내용을 습관으로 체화해야죠. 인생의 어려운 시기가 닥쳤을 때 고전이야말로 버팀목이 되기 때문에 고전을 읽는 것 아니겠어요.
박명훈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강유원 절대로 요약본을 읽으면 안 됩니다. 내용을 아는 것보다 끝까지 한 번 읽는 게 중요합니다. 지겹더라도 그렇게 버티는 게 또한 공부입니다. 그리고 현대에 나온 어려운 철학서를 많이 보는데 그런 책보다는 고전에 근거를 둔 책을 보는 게 중요합니다. 푸코의 책이 유행을 하고 있는데 그의 책의 근원을 들여다보면 전부 고전이에요. 그러니까 푸코의 책을 읽는 것보다 그가 거론한 고전을 읽는 게 훨씬 좋다는 말이죠. 그리고 시대상황을 읽어야 합니다. 고전이 씌어졌을 때의 시대상황을 읽지 않으면 이해가 어려워요. 이해는 판단 능력에 달려 있고, 전문적 지식의 범위에 달려 있고, 역사적 발전 과정과 작품의 발생 시대에 있어서의 정신적 상황에 대한 지식에 달려 있어요. 그러니까 고전을 정확히 읽으려면 시대상황도 잘 알아야겠지요.
황동미 선생님은 세상의 어려움을 겪은 소년을 인문학적 교양인이라고 부르면서 인문학적 교양인은 “상황에 따라 올바른 것을 감지할 수 있는 힘, 구체와 추상을 구별할 수 있는 감각, 역사적 맥락에서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야, 언어 표현의 미묘함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이 되나요?
강유원 고전을 잘 읽으면 인문학적 교양인이 될 수 있다는 게 결론이 되겠지요. 그런데 인문학적 교양인이 되는 건 상당히 힘든 경지입니다. 저 또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패배주의와 냉소주의가 넘쳐나고 있어요. 얄팍한 슬픔에 공감하게 하고, 가벼운 심리분석이 횡행합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더 이상 천박한 삶을 살아서는 안 됩니다. 고상해져야 합니다. 좌파니 우파니 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고상한 존재라는 것, 물화되지 않는 존재라는 것, 단테의 『신곡』에서 말하는 것처럼 신과 맞먹을 수 있는 신성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게 고전을 읽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어요.
박명훈 책이 참 두껍습니다. 570여 쪽의 분량이 참 만만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요.
강유원 책을 쓴 사람이 이 책을 이렇게 읽어라 저렇게 읽어라 말하기가 참 뭐합니다만, 가능하면 처음부터 읽기를 권합니다. 그래야 맥락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고전 각각에 대한 해설서 같지만 사실은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중간중간에 당시 시대나 고전에 필요한 참고서적을 제시했어요. 이 책들만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좋은 책을 볼 수 있는 감별력이 생기면 좋겠어요.
황동미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을 알고 싶습니다.
강유원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제 책에 거론된 책과 소위 고전이라는 책을 먼저 보세요. 아주 유명한 학자가 있다면 그가 읽은 책보다 먼저 그가 무슨 책을 가지고 공부했는지를 먼저 보세요. 그러면 좋은 책을 고르는 데 실패가 없을 겁니다.
박명훈 부피도 그렇지만, 여기 거론된 고전의 무게가 상당합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소포글레스의 『안티고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단테의 『신곡』,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로크의 『통치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벤담의 『파놉티콘』,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자의 『논어』를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책이 서양의 고전인데 공자의 『논어』만 동양의 책입니다. 그리고 맨 뒤에 이 책을 놓으셨는데, 그렇다면 공자의 『논어』에서 선생님의 결론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강유원 현대사회는 자기조정시장이 자본주의의 핵심인데 이 시장이 파탄을 하고, 인간이 물건으로 변해버리잖아요. 그래서 저는 해법을 논어에서 찾았어요. 저는 혁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면서 고쳐야죠. 이게 온고지신입니다. 유가철학 자체가 정치철학이니만큼 그 메시지를 충분히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논어를 너무 고리타분하게 읽는데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할 것 같아요. 고대 서양에서는 운명을 믿었고, 중세는 신을 믿었잖아요. 그런데 BC 5세기에 공자는 춘추라는 역사책을 쓰면서 역사에서 인간의 존재를 묻습니다. 논어가 역사주의적인 텍스트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습니다.

황동미 자본주의가 허망하다는 걸 경험한 사람들이 인문학을 하는 것 같아요. 아파트 마련하고, 자동차 마련했을 때의 끝을 맛본 사람이죠. 어느 사람은 제게 인문학을 공부하고 지리산으로 들어갈 거냐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는데, 표면적으로는 인문학도 유행인 거 같아요.
강유원 자본주의 역사는 짧아요. 자본주의의 끝물을 맛본 적이 없는데, 사실 그런 걸 느끼고 그 두려움에 대한 위안으로 공부하는 경우도 있고, 호기심으로 대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순수한 지식들이 있다는 경험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그런 경험이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거죠.
박명훈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거론한 책 중에 독자들에게 한 권을 권한다면 어떤 책을 권하고 싶으신지요.
강유원 『군주론』을 권하고 싶어요. 이 책을 몇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달라요. 정치학 도서로도 읽었고, 하다못해 자기계발서로도 읽었고, 마키아벨리의 인생론으로도 읽었어요. 서양 고전을 접하지 못한 사람에게 저는 『군주론』을 꼭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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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출처 : http://news.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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